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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방송 때문에..'' 구자욱의 못다 한 이야기, 강민호 그리고 오승환

“수상 소감에서 못 한 말이 있는데요.”구자욱(삼성 라이온즈)은 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골든글러브(GG) 시상식에서 외야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구자욱은 유효득표수 291표 중 홍창기(258표·득표율 88.7%) 다음으로 많은 185표(63.6%)를 받으며 외야수 2위를 기록, 홍창기, 박건우와 함께 외야수 GG 수상자가 됐다. 시상대에 올랐지만 구자욱은 준비한 말을 다 하지 못했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시상식이라 방송 시간이 정해져 있었고, 앞선 차례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바람에 사회자가 구자욱을 비롯한 외야수 GG 선수들에게 짧은 소감을 부탁했다. 구자욱은 "1년 동안 열심히 응원해주신 삼성 팬분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다. 1년 동안 야구만 할 수 있게 도와주신 분들이 많은데 모두 감사하다. 항상 화이팅 하겠다"라고 소감을 짧게 맺었다.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고, 못다 한 말이 있었다. 시상식 후 만난 구자욱은 “(오)승환이 형과 (강)민호 형에게 고맙다는 말을 못해 너무 아쉬웠다. 올 시즌 두 선배에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수상 소감 시간이) 짧아서 (고맙다는 말을) 못했다”라고 전했다. 구자욱은 올 시즌 후반기 주장의 중책을 맡았다. 팀이 하위권을 전전하던 상황에서 구자욱은 선수단의 분위기를 이끌면서 어린 선수들과 고참 선수들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캡틴으로서 나름의 고충도 있었을 터. 그럴 때마다 오승환, 강민호 두 고참 선수가 물심양면으로 ‘뉴 캡틴’ 구자욱을 도왔다. 구자욱은 “(오)승환이 형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데,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나를) 밖으로 불러내서 같이 걷곤 했다.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내가 워낙 예민한 성격인데 ‘그럴 수도 있지’ 하면서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신다. 올해 이런 시간이 많았는데 정말 감사했다”라고 전했다. 강민호에 대해서도 “야수에선 (강)민호 형이 솔선수범하시면서 격려도 많이 해주신다. 원정 경기를 가서도 ‘같이 운동 하자’고 말씀하시면서 체력 관리도 해주시곤 하는데, 이번 GG 수상을 통해 고맙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구자욱은 올 시즌 119경기에 나서 타율 0.336, 152안타, 11홈런, 71타점, 장타율(0.494)과 출루율(0.407)을 합한 OPS 0.901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타율 2위, 출루율 2위, 장타율 4위에 올랐다.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구자욱은 2021년 이후 2년 만에 생애 두 번째 황금장갑을 품에 안았다. 삼성 선수로서 홀로 참석한 시상식에서 구자욱은 목표의식이 생겼다. 더 많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싶다는 욕심과 함께, LG 트윈스의 캡틴 오지환처럼 시상식에서 ‘우승 소감’을 하는 것이 새로운 목표로 떠올랐다. 구자욱은 “나도 (오)지환이 형처럼 ‘팀이 우승해서 기쁘다. 최고의 한 해였다’라는 말을 하며 상을 받고 싶다”라며 우승 의지를 다졌다. 삼성동=윤승재 기자 2023.12.12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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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은 밤이 좋아’ 김의영, ‘고향이 좋아’ 디스코풍 재해석 도전

가수 김의영이 ‘고향이 좋아’ 재해석에 도전하며 완연한 봄을 맞이한 고향의 감성을 선사했다.지난 21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화요일은 밤이 좋아’에서는 노지훈, 박건우, 손빈아, 영광, 성민, 슬리피 총 6인의 비주얼 눈호강 특집으로 진행된 가운데 김의영은 영광의 상대로 김상진의 ‘고향이 좋아’를 디스코 버전으로 재해석에 도전하며 승부에 나섰다.이날 김의영은 긴 웨이브 헤어와 레이스로 장식된 화이트 색상의 미니 드레스를 통해 청순함이 돋보이는 비주얼과 함께 흥겨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고향이 좋아’ 재해석에 도전하면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강탈하였다.특히 벚꽃이 만개한 시골 풍경이 돋보이는 무대를 통해 봄기운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도전적인 김의영표 ‘고향이 좋아’ 재해석은 보는 이들에게 정겨운 고향의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김의영은 미스트롯2 최종 5위에 오르며 ‘캡사이신 보이스’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도전을 함께했던 TOP6 멤버들(홍지윤, 별사랑, 은가은, 김태연, 황우림)과 함께 ‘화요일은 밤이 좋아’에 고정 출연하며 화요일 밤 K-트롯의 맛을 안방까지 전달하고 있다.김의영은 실패가 거듭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목표를 향해 묵묵하게 걸어가며 끊임없이 도전을 이어나가는 모습으로 프로 도전러의 면모를 보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남다른 의미를 담은 첫 정규 앨범 ‘내게 오세요’를 발매하고, 신곡 ‘딱 백년만’으로 왕성하게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김혜선 기자 hyeseon@edaily.co.kr 2023.03.22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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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 피플] "타격보고 뽑았다"…'창원 돌격대장' 1루수 오영수

'창원 돌격대장' 오영수(23·NC 다이노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오영수는 시범경기 타격감이 가장 뜨거운 NC 타자다. 첫 6경기에서 타율 4할(15타수 6안타)을 기록, 서호철(18타수 7안타)과 함께 팀의 활력소로 떠올랐다. 그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시범경기 맹타 비결로 "이번 스프링캠프에선 이전보다 많은 훈련을 소화했다. (타격 사이클을) 개막전에 맞출 수 있도록 조금 일찍 컨디션을 끌어올렸다"며 "어느 때보다 집중하려고 했다.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훈련할 때는 매 순간 집중하면서 혹독하게 야구에만 집중했던 거 같다"고 말했다.오영수는 지난 1월 초 2주가량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인 훈련했다. 에이전트가 장소를 주선해 '더 볼 파크(The Ball Park)'라는 야구센터에서 타격 메커니즘을 점검 받았다. 그는 "지난 몇 년간의 캠프에서는 앞만 보고 달렸다면, 이번 캠프는 스스로 테마를 찾고 주도적으로 훈련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 같다"고 돌아봤다. 지난 달 미국 애리조나 구단 캠프에선 송지만·전민수 타격 코치께 관련 내용을 전달하고 방향성을 논의했다. 송지만 코치는 캠프 기간 "오영수는 지난해 헛스윙 비율(11.6%·팀 평균 9.4%)이 높았다. 비시즌 미국까지 찾아가서 문제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준비했다"며 "메커니즘 변화에 불안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면담을 통해 루틴에 대한 신뢰와 투구 인식에 대한 전환을 가져갈 수 있도록 대화했다"고 밝혔다. 오영수의 강점은 공격이다. 마산 용마고 3학년이던 2017년, 고교리그에서 타율 0.353(102타수 36안타)를 기록했다. 그의 활약을 눈여겨본 '연고 구단' NC는 2018년 신인 2차 2라운드 19순위(계약금 1억원)로 오영수를 지명했다. 임선남 NC 단장은 "처음부터 타격을 보고 뽑았다. 지금도 (기대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1루 수비도 잘하고 있는데 어쨌든 오영수의 강점은 타격이다. 중장거리 유형의 타자로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NC는 2021년 12월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외야수 박건우 보상 선수로 1루수 강진성(두산 베어스)이 팀을 떠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외국인 타자로 1루수가 아닌 외야수(제이슨 마틴)를 영입했다. 외부에서 1루수 보강을 하지 않은 배경에는 오영수에게 기회를 주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됐다.2018년 1군에 데뷔한 오영수는 2020년 6월 상무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시작했다. 한동안 잊힌 선수였던 그는 지난해 팀에 복귀, 1군에서 홈런 6개를 쏘아 올리며 강인권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았다. 타율(0.238)이 낮았지만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2군(퓨처스리그) 타율이 무려 0.387(75타수 29안타)로 4할에 이른다. 팀 안팎에선 "2군에선 더는 보여줄 게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시범경기 맹타가 더해지면서 주전 자리를 어느 정도 굳힌 모습이다. 개막전 1루수가 유력하다. 3루수 출신인 오영수는 "아직 (1루) 수비가 안정적인 수준이 아니다"라며 "디테일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고 개선할 점이 많다. 진종길 수비 코치와 많이 훈련하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이어 "나도 그렇고 팬들 기억에 남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 지난 시간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며 "이제는 다른 이유보다 내 실력을 펼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야구 인생에서 기억에 남는 시즌, (목표는) 100경기 출전해 두 자릿수 홈런을 치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3.03.2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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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계약 FA 권희동·이명기…NC "적극적으로 길 열어주겠다"

NC 다이노스가 미계약 FA(자유계약선수) 외야수 권희동(32)과 이명기(35)의 길을 터줄 계획이다. NC는 올겨울 팀내 7명의 선수가 FA 권리를 행사했다. 지난 15일 2+1년, 최대 9억원에 잔류한 투수 이재학까지 5명의 거취가 확정, NC 출신 미계약 FA는 권희동과 이명기만 남게 됐다. 두 선수 모두 NC로부터 재계약 오퍼를 받지 못했고 타 구단 관심도 많지 않아 내년 시즌 어떤 유니폼을 입을 수 있을지 물음표다. NC 구단 고위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사인 앤드 트레이드(사트·계약 후 이적)를 포함해 협조할 생각"이라며 "적극적으로 선수들의 길을 열어주겠다"고 말했다. NC는 권희동과 이명기의 FA 이적에 대비해 지난달 19일 퓨처스(2군)리그 FA 한석현을 영입했다. 외국인 타자도 전문 외야수 제이슨 마틴으로 확정, 뎁스(선수층)를 강화했다. 베테랑 손아섭·박건우가 건재하고 상무야구단에서 전역한 김성욱, 올 시즌 2군 홈런왕 오장한까지 호시탐탐 출전 기회를 노린다. 외야수가 부족하지 않은 팀 사정상 NC는 FA 잔류 협상에 소극적이다. 최근에는 공인대리인을 통해 "다른 팀을 알아봐도 괜찮다"는 의사를 권희동과 이명기에게 전달했다. 두 선수가 NC에 남을 가능성이 아예 배제된 건 아니지만, 우선순위에선 밀렸다. NC가 계약을 주저하는 건 팀에 잔류하더라도 출전 시간을 보장하기 어려운 탓이다. 더 많은 경기를 뛰려면 외야 뎁스가 약한 팀을 찾아 이적하는 게 나을 수 있다. 변수는 '보상'이다. FA 선수들은 이적에 따른 보상이 필수적이다. A 등급 FA를 영입하면 원소속팀에 보호 선수 20명 외 1명과 전년 연봉의 200%를 보상해야 한다. 현금만 원할 경우 전년 연봉의 300%. B 등급은 보호 선수 25명 외 1명과 전년 연봉 100% 혹은 현금 보상만 하면 전년 연봉의 200%를 건네야 한다. C 등급은 전년 연봉의 150% 보상만 하면 된다. 권희동과 이명기의 FA 등급은 각각 B와 C다. 선수와 현금 보상이 필요한 권희동은 사트가 아니면 사실상 이적이 불가능하다. 현금 보상만 적용되는 이명기는 사트마저 쉽지 않다. 선수 보상이 없는 C등급인 만큼 이적에 따른 보상액(하위 지명권 트레이드)을 줄여주거나 하는 또 다른 대안이 필요하다. NC는 영입에 따른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면 모든 가능성을 테이블에 올려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구단 관계자는 "선수를 원하는 구단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고 다시 한반 강조했다. 배중현 기자 bjh1025@edaily.co.kr 2022.12.1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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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이적' 박병호 "KT행은 마지막 도전"

박병호(36·KT 위즈)가 명예 회복을 선언했다. 그는 "야구 인생 마지막 도전"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올겨울 스토브리그 가장 큰 특징은 각 팀 간판타자들의 연쇄 이동이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박해민, 박건우, 나성범, 손아섭이 차례로 입단했던 팀을 떠났다. 키움 히어로즈를 대표하던 박병호도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지난달 29일 KT와 기간 3년 총액 30억원에 계약했다. 2021년 통합 우승을 차지한 KT는 2연패를 위해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평가받는 장타력을 보강했다. 홈런왕만 5차례 차지한 박병호는 최근 2년(2020~2021) 동안 2할대 초반 타율에 그치며 기량이 저하될 조짐을 보였다. 하지만 KT는 그가 2022시즌도 20홈런 이상 때려줄 것으로 판단했다. 박병호의 원소속팀인 키움에 지급해야 할 보상금(2021년 선수 연봉의 150%) 22억 5000만원까지 감수했다. 이적을 발판 삼아 기량을 꽃피운 선수가 많다. 다름 아닌 박병호가 그랬다. 2005년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LG 트윈스에 지명받으며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은 박병호는 LG 소속으로 뛴 6년(2005~2010) 동안 24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트레이드로 넥센(현재 키움) 유니폼을 입은 후 리그 대표 홈런 타자로 거듭났다. 박병호도 "처음 넥센으로 이적할 때 나이는 25살로 어렸다. 지난 일이기 때문에 당시 심경에 대해 자세히 말하긴 어렵지만, 프로야구 선수로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다"라고 돌아봤다. 박병호는 2015년 12월, 메이저리그(MLB) 미네소타 트윈스와 계약(기간 4+1년·총액 1800만 달러)했다. 프로 데뷔 두 번째 이적이었다. 빅리그 도전은 명백한 실패였다. 2016시즌은 MLB에서 타율 0.191 12홈런에 그쳤고, 2017시즌은 마이너리그를 전전했다. 박병호는 실패한 경험도 자양분으로 삼았다. 그는 "미국 무대에서 비록 부진했지만, 모든 야구 선수가 밟아보길 바라는 무대를 밟았다. 새 환경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서 설렘이 컸다. 배움도 많았다"라고 돌아봤다. 실제로 KBO리그로 복귀한 박병호는 2018시즌 43홈런을 때려내며 녹슬지 않은 장타력을 보여줬다. 공인구 반발 계수가 낮아지며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진 2019시즌도 홈런왕(33개)에 올랐다. 박병호는 올해 만 서른 여섯살이다. 에이징 커브(일정 나이가 되면 운동능력이 저하되며 기량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크다. 최근 2시즌(2020~21) 부상과 부진을 겪으며 성적이 떨어지기도 했다. KT 이적은 이런 상황에서 이뤄졌다. 박병호는 "이전 2년 동안 남긴 성적은 분명히 실망스러웠다. 변명할 수 없다"라며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시선을 인정했다. 그래서 더 독기를 품었다. 개인 세 번째 이적에 대해 "이렇게 안 좋은 모습으로 끝낼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잘해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새로운 팀, 새로운 환경에서 야구를 한다. 이제 선수 생활도 막바지로 향하고 있는데, 그 길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마지막 도전에 나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병호는 지난해까지 KT의 주전 지명타자이자 팀 리더 역할을 맡았던 유한준의 은퇴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박병호는 "KT에는 유한준 선배뿐 아니라 경험 많은 고참급 선수들이 많다. '내가 반드시 후배들을 이끌어야 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지난해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생긴 좋은 분위기가 올해도 이어질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말보다는 행동과 결과로 보여주는 선배가 될 생각이다. 박병호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훈련과 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KT 젊은 선수들에게 보여주겠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좋은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고도 전했다. 이적할 때마다 터닝 포인트를 만든 박병호가 2022년 다시 한번 도전에 나선다. 안희수 기자 2022.01.04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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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딱 1명 다르다" 삼성의 보상픽, 포지션 아닌 '능력'

삼성 라이온즈가 FA(자유계약선수) 보상 선수 지명을 앞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구단 내부적으로 "가장 좋은 선수를 뽑겠다"는 방침을 세웠다.삼성은 지난 14일 주전 중견수 박해민(31)이 LG 트윈스로 FA 이적했다. 박해민은 4년 총액 60억원(계약금 32억원, 연봉 6억원, 인센티브 4억원)을 받는 조건에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삼성은 FA 등급이 A였던 박해민의 이적 대가로 그의 2021시즌 연봉 3억8000만원의 300%(11억4000만원) 혹은 연봉 200%(7억6000만원)와 20인 보호 선수 외 1명을 선택할 수 있다. 후자를 고려 중인 삼성은 19일 LG로부터 20인 보호 선수 명단을 전달받았다.구단 고위 관계자는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우리가 뭘 원하는지 (LG 측에서) 알지 않았겠나. 개인적으로는 LG가 보호 선수 명단을 잘 묶은 것 같더라. 제출 전 예상하고 비교하면 딱 1명이 달랐다"고 놀라워했다.삼성은 내야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유격수 포지션이 약점이지만 김지찬을 비롯해 팀 내 대안이 있다. 2022년 신인 1차 지명과 2차 1라운드 권리를 고교 내야 유망주 이재현(서울고) 김영웅(물금고) 영입에 사용하기도 했다. 반면 박해민이 빠진 외야나 오프시즌 심창민(NC 다이노스)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한 불펜 보강이 필요했다. 구단 관계자의 말을 해석하면 LG는 외야수나 불펜 위주로 보호 선수 명단을 작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베테랑보다 유망주를 집중적으로 묶었다.삼성은 박해민의 이적이 아쉽지만, LG와 계약했다는 게 불행 중 다행이다. LG는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선수층이 두꺼운 편이다. 2군이 올해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1위에 올랐다. 2위 고양 히어로즈(키움 2군)에 19경기 차 앞선 압도적인 질주였다. 승률이 0.722(57승 6무 22패)로 남부리그 1위이자 2군 최강 상무야구단(승률 0.713)에도 앞섰다. 북부리그 홈런 1위 이재원, 평균자책점 1위 임준형 등 유망주도 꽤 많다. 박해민이 25인 보호 선수 명단이 적용되는 FA B 등급이 아니라는 것도 삼성으로선 긍정적이다. 박건우가 NC로 이적한 두산 베어스보다 보상 선수 선택폭이 좀 더 넓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건우도 박해민과 같은 A 등급이지만 NC의 선수층이 얇아 두산 내부 고민이 크다.보상 선수 지명은 크게 두 가지다. 팀에 부족한 포지션의 선수를 뽑거나 포지션 구분 없이 가장 좋은 선수를 뽑는 방법이다. 삼성은 포지션보다 개인 능력에 포커스를 맞춰 지명할 계획이다. 허삼영 감독과 담당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22일 발표에 앞서 옥석 가리기에 들어갔다. 구단 관계자는 "감독의 의견도 그렇고 팀에 가장 보탬이 되는 선수를 뽑자는 게 우리의 계획이다. 지금은 LG에서 제출한 명단을 토대로 선수를 조사하고 분석하는 단계"라고 말을 아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1.12.21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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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 내준 두산 고민 "NC에 좋은 선수 있을까?"

"NC 다이노스에 좋은 선수 있을까요?" '보상선수 신화'를 계속 써 온 두산 베어스가 올해는 고민이 깊다. 두산은 19일 오후 NC로부터 20인 보호선수 명단을 받았다. FA(자유계약) 외야수 박건우(31)가 지난 14일 NC와 6년 총액 100억원에 계약을 맺었다. 박건우는 FA 시장에서 A등급이었다. 이에 따라 두산은 NC로부터 전년도 연봉 200%와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1명 혹은 전년도 300%를 보상으로 선택할 수 있다. 박건우의 올해 연봉은 4억8000만원이었다. 두산은 9억6000만원과 보상선수 1명 혹은 14억4000만원을 고를 수 있다. 두산은 그동안 FA 선수를 보내면 보상선수 1명을 지정했다. 2016년 FA 외야수 민병헌이 롯데 자이언츠로 이적하고 외야수 백동훈을 데려왔다. 2017년에는 미국에서 돌아온 FA 신분 외야수 김현수를 LG 트윈스로 보내고 투수 유재유를 지명했다. 2018년에는 포수 양의지가 NC를 선택하자 대신 투수 이형범을 데려왔다. 지난해에는 보상선수가 3명이나 됐다. FA 내야수 오재일(삼성 라이온즈)과 최주환(SSG 랜더스)를 보내고 박계범과 강승호를 데려왔다. FA 투수 이용찬(NC) 대신 투수 박정수가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두산이 데려온 보상선수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이형범은 두산에 온 첫해인 2019년에 67경기에 나와 6승 3패, 10홀드, 19세이브, 평균자책점 2.66으로 활약했다. 박계범과 강승호는 올해 주전으로 도약했고 오재일과 최주환의 공백을 잘 메웠다. 선수를 키워 쓰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은 보상선수도 팀에 잘 녹아들게 해 기대 이상의 실력을 뽑아냈다. 두산 측은 "이번에도 보상선수 1명을 뽑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예년만큼 잠재력이 있는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두산 관계자는 "전력분석 팀에서 NC 선수 명단을 전부 뽑아봤는데 '좋은 선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고 전했다. 자동으로 보호선수로 분류되는 군 보류 선수에 유망주가 많이 있기 때문이다. NC 홈페이지에 명시된 군 복무 중인 선수가 20명이나 된다. 내야수 최정원, 투수 배민서는 올겨울 상무에 입대했다. 그래서인지 NC는 보호선수 명단을 무난하게 짜서 두산에 전달했다. 두산은 앓는 소리를 하지만 지금까지 옥석을 잘 가려냈다. 두산은 3일을 꽉 채워 고민한 후 22일 오후 5시쯤 보상선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박소영 기자 2021.12.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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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박건우 강등·재콜업 조처로 얻은 내부 결속

전력 저하를 감수하고 내부 결속을 도모했다. 김태형 감독의 결단은 두산의 남은 레이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달 21일 주전 우익수 박건우를 1군 엔트리에서 제외했다. 이튿날(22일) 잠실 키움 전을 앞두고는 "(박건우가) 피곤해하고 쉬길 바라서, 2군에서 푹 쉬고 오라고 했다"라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선수의 태도에 문제가 있었느냐"라는 취재진 물음에는 자세할 설명 대신 "여기는 팀이다. 특정 선수로 인해 팀 분위기가 잘못될 수 있다면, 감독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라고 했다. 박건우가 팀워크를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했다고 유추할 수 있는 답변이었다. 박건우는 2군으로 내려가기 전까지 출전한 54경기에서 타율 0.333·출루율 0.404를 기록했다. 모두 팀 내 2위 기록이다. 타선 주축 타자가 빠지면, 공격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두산은 박건우 부재 뒤 치른 6경기에서 4패(2승)를 당했다. 6월 23일 키움 전부터 4연패. 시즌 최다 연패까지 기록했다. 연패 기간 평균 득점은 2점에 불과했다. 선수단 기강과 팀 분위기를 다잡으려는 김태형 감독의 단호한 조처는 그 명분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엇박자를 낸 성적 탓에 볼멘소리도 나왔다. 내부 잡음을 굳이 외부로 표출한 부분에 대해서도 평가가 갈렸다. 박건우가 1군 재등록이 가능한 일 수(10일)를 채우고도 콜업되지 않으면 불화설로 번질 수 있던 상황. 김태형 감독은 선수에게 다시 기회를 줬다. 1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박건우를 다시 1군에 불렀다. 김 감독은 "박건우가 2군에 있을 때 1군 동료들과 연락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이제는 알아서 잘할 것"이라며 콜업을 결정한 배경을 전했다. 속내도 드러냈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가 피곤해한다고 2군에 보내는 감독은 없다. 박건우는 야구에 대한 열정이 크고 에너지도 넘치는 선수지만, 그런 만큼 감정 기복도 큰 편이다. 이제는 나이도 적지 않다. (박건우가) 나에게 미안해할 필요는 없다. 나는 선수 개인의 감독이 아니라 두산 감독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태형 감독은 평소 "악역은 내가 맡고, 코치들은 선수들을 독려하고 칭찬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이 직접 강한 메시지를 전달, 박건우가 팀의 주축 선수이자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책임감을 갖고, 성숙한 태도로 단체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이끌었다. 선수 입장에서는 자신이 행동을 돌아볼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른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는 조처다. 아무리 야구를 잘하고, 스타 플레이어라도 기본을 지키지 않는 인원은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경고를 받았다. 박건우는 복귀전(1일 한화전)에서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며 두산의 10-3 승리를 이끌었다. 2일 광주 KIA전에서도 적시타 1개를 추가했다. 타선도 무게감이 더해졌다. 두산은 7년 연속 한국시리즈(KS) 진출을 노리고 있는 팀이다. 그러나 올해는 5할 승률 언저리에서 치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건우의 2군 강등 배경과 그사이 전달된 메시지, 그리고 열흘 만에 다시 1군에 복귀한 과정은 두산의 내부 결속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두산의 후반기 레이스가 주목되는 이유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2021.07.05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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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미등록 상태서 우규민 대리한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우규민(35)의 FA(자유계약선수) 협상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에 지정되지 않은 대리인(에이전트)이 참석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선수협이 정한 KBO리그 선수대리인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 홍준학 삼성 단장은 지난 30일 대구 모처에서 이예랑 리코스포츠에이전시 대표를 만났다. 내부 FA 우규민의 계약 협상을 위한 자리였다. 일간스포츠 취재 결과, 이예랑 대표는 선수협에 우규민의 대리인으로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선수협 선수대리인 규정 제18조 ①항에는 '선수대리인은 새로운 선수대리인계약을 체결한 때나 선수계약을 연장 또는 갱신한 때로부터 3영업일 이내에 선수협에 이 사실을 알리고, 계약서 사본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KBO 공인 대리인 자격증을 취득했더라도 해당 선수의 대리인으로 활동하려면 선수협에 이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30일 삼성과 협상 전까지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선수협에 대리인으로 등록한 선수는 총 7명이었다. LG(차우찬·정우영)와 NC(임창민·이재학), 두산이 각각 2명(이적 전 오재일·허경민), 키움(이정후)이 1명이다. 선수협 관계자는 "유희관은 (리코스포츠에이전시 측과) 계약했다고 신고하긴 했다. 하지만 KBO에 아직 관련 내용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희관을 포함하더라도 최대 8명이다. 확인 결과, 우규민은 선수협에 대리인을 신고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FA 협상 자리에서 우규민의 대리인이 나오는 것 자체가 규정 위반이다. 이예랑 대표는 30일 오후 일간스포츠와 통화에서 "오늘 (대구에) 내려와 협상한 건 맞다. 4명(차우찬·유희관·오재일·허경민)은 등록했는데, 1명(우규민)만 누락이 된 것 같다"라며 "정신이 없어서 (신청서를) 받아놓고 깜빡했다. 우선 오늘 등록하는 거로 해서 (선수협에) 서류를 보냈다. 무조건 내 잘못"이라고 관련 문제를 시인했다. 삼성 구단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김용기 선수협 사무총장 대행은 "대리인 계약이 선수협 들어오면 KBO에 전달하고 KBO가 각 구단에 알리는 과정이 있다. KBO의 연락을 받지 못한 대리인이 들어와서 협상하면 진행해선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A 구단 단장은 "보통 대리인 계약이 완료되면 KBO가 팩스로 관련 공문을 보낸다"고 확인했다. 삼성은 우규민의 대리인이 누구인지 별도의 확인을 거치지 않고 FA 협상 테이블을 차린 셈이다. 홍준학 단장은 FA 시장이 개장한 뒤 이예랑 대표와 여러 차례 만남과 연락을 통해 우규민의 계약을 논의했다. 김용기 사무총장 대행은 "관련 내용에 대한 제재는 내부적으로 검토해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규약상 한 대리인이 동시에 구단당 3명, 총 선수 15명을 초과해 전담할 수 없다. 에이전트 시장의 '독과점'을 막기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몇몇 대리인들은 이른바 매니지먼트(구단과의 선수 계약이 아닌 다른 업무 대행) 계약을 해서 이 규약을 교묘하게 빠져나간다. FA 계약을 할 때만 대리인으로 등록하고, 그 전후로는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전환해 대리인 규약을 적용받지 않는 방법이다. 한 대리인이 매니지먼트 계약으로 선수 100명을 데리고 있어도 이는 규정 위반이 아니다.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2018년 12월 양의지(NC)의 대리인으로 FA 4년, 총액 125억원 대형 계약을 끌어냈다. 회사 홈페이지 '고객 명단(representation)'에도 양의지의 사진(취재가 시작되자 리코스포츠에이전시는 홈페이지 사진 모두 삭제)이 있었다. 그런데 선수협에는 양의지의 대리인으로 리코스포츠에이전시가 올라 있지 않다. LG 김현수, 두산 박건우와 박세혁, 삼성 최충연과 김동엽을 비롯한 꽤 많은 선수가 홈페이지 '고객 명단'에 등재돼 있지만, 실제 선수협에 대리인 등록이 되지 않은 상태였다. 우규민도 마찬가지다. 삼성에서 '우규민의 대리인이 리코스포츠에이전시'라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다. 매니지먼트 계약이 대리인 계약과 혼용, 계약에 혼란을 주고 있다. B 구단 관계자는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더라도 사실상 대리인 아닌가. 그 차이가 뭔지 잘 모르겠다"고 되물었다. 선수협 관계자는 "현재 대리인 제도는 질서가 흐트러진 면이 있다. 그래서 최근 선수를 대상으로 전수조사했다. 선수가 대리인 계약을 했는지 매니지먼트 계약을 했는지 잘 모르는 케이스가 많다"며 "바로잡을 부분이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다. 관련해 조처하려고 (전수조사) 결과를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2020.12.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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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원년 개막전 '신 스틸러' MBC 청룡 유승안…"이종도 끝내기 만루포는 내가 실수한 덕"

"제가 없었다면 스토리 진행이 안 되잖아요." 39년 전 봄을 돌아본 유승안(63) 전 경찰야구단 감독은 자조 섞인 웃음을 지어 보였다. 혈기 왕성한 20대 중반. 전 국민의 시선을 모은 프로야구 출범 무대에서 대통령의 시구를 받은 그는 삼엄함 뚫고 공을 건네는 '관례'를 지켰다. 경기에서도 거침없었다. 4번 타자로 나섰고, 소속팀 MBC 청룡이 3점 뒤진 경기 후반 동점 홈런을 때려냈다. 프로 야구 출범 3호 홈런이자 1호 동점포였다. 그러나 그는 경기 뒤 그는 내쉬었다고 한다. 유 감독은 "충신이었다가 역적이 됐다"고 했다. 연장 10회 말 1사 2·3루 유리한 볼카운트(3볼)에서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3루 주자는 홈에서 아웃된 것. 그 유명한 원년 개막전 끝내기 만루포는 이 땅볼 아웃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당사자가 웃으며 그 시절을 돌아봤다. 극적인 드라마의 복선이나 다름없었다. 유 감독은 '욕심' 많은 선수 역할로 개막전을 빛낸 조연이었다. MBC 청룡 선발 포수로 나선 유 감독에게 역사적인 첫 경기와 1982년 그와 MBC 청룡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프로 무대가 정립되지 않은 그 시절을 '혼란기'로 규정했다. - 프로야구 출범 소식을 들었을 때 심경을 기억하나. "당시 나는 실업 야구팀 한일은행 소속이었다. 26살로 기억한다. 20대 후반이면 은퇴 수순을 밟던 때다. 프로 무대 출범에 설렘이 컸고 '딱 5년만 뛰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는 평생 야구판에서 있게 될 줄 몰랐다." - 프로 무대 도전을 포기한 않은 실업 선수도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은퇴하면 은행 업무를 해야 했다. 적성에 맞았겠는가. 장효조, 김용달, 유두열 등 내 또래들은 그저 프로가 생겨서 좋아했다. 그러나 망설임이 있던 선배들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 장효조, 유두열은 1982년 세계선수권대회 멤버다. (당시 국가대표팀 선수들은 대회 전념 차원에서 프로 입단이 유예됐다) "김재박 선배, 김시진, 임호균 그리고 최동원 등 당시 대표팀 선수들은 1983년부터 프로 무대에 합류했다. 그래서 윤동균, 김우열 선배처럼 실업 야구 스타 플레이어의 원년 합류는 희소식이었다. 일본 프로 리그에서 활약하던 백인천 감독이 우리 팀(MBC 청룡)에 와서 감독 겸 선수로 뛴 것도 많은 관심을 유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원년 무대 MBC 청룡의 전력은. "OB보다는 낫다고 판단했다. 롯데도 괜찮았다. 삼성이 가장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에도 스타 플레이어던 배대웅, 천보성, 김한근 선배가 있었다. 삼성이 원년 개막전을 장식하는 게 당연해 보였다." - 역사적인 개막전에서 4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장했다. "개막 전 캠프, 훈련에서 컨디션이 좋았다. 장타력도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오래 지키지는 못했다. 부상도 있었고, 백인천 감독과 갈등도 있었다. 그래도 시즌 초반 4번 출전은 주효한 게 아닐까. - 개막전이자 출범식이었다. 당시 대통령의 시구를 받았는데. "경호가 철저했던 기억이 난다. 관중 입장 전에 관중석에 미리 자리한 사람들이 있었다. 경호원이었을 것이다. 심판 복장,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 배치된 경호원도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출범 기념구를 전달하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가다가 제지당하기도 했다." - 어떻게 됐나. "결국 건넸다. 막는 사람들에게 '이건 야구에서 관례다'고 설명했다. 젊은 시절이었다." - 당시 정순명, 하기룡 투수가 더 좋은 투수로 평가됐다. 이길환 투수가 MBC 청룡 선발 투수로 나선 배경이 있나. "백인천 감독이 일본 리그 출신 아닌가. 언더 핸드 투수가 성적을 내는 데 더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수준급 잠수함 투수의 공은 당시 생소했고, 공략이 어려웠다. 이길환의 공도 좋았다." - 유종겸 투수와 배터리 호흡을 맞춘 5회 초, 선두 타자 이만수에게 출범 최초 홈런을 허용했다. "이만수가 펄쩍거리며 뛰어서 그라운드를 돌던 기억이 있다. 야구도 잘했지만, 그때부터 흥이 많던 친구다. 최초 홈런을 맞았던 상황에 볼 배합까지는 기억이 안 난다. 다만 이만수의 성향은 또렷이 기억난다." - 어땠는가. "당시에는 포수와 타자, 심판이 대화도 많이 하던 시절이다. 일종의 견제였다. 그런데 이만수는 타석은 매우 과묵한 편이었다. 자신도 포수였고, 다른 팀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면 시끄럽게 굴었으면서 말이다. 내가 계속 말을 걸면 '조용히 하세요'라며 쏘아붙이고 타석에 집중했다. 그 친구가 타격 쪽에서 일가견이 있고 성적도 좋았던 이유는 타석에서의 진지함이 아닐까." - 유 감독도 응수했다. MBC 청룡이 4-7로 뒤진 7회 말 동점 3점 홈런을 쳤다. "삼성 투수는 좌완 황규봉 선배였다. 나는 우투수보다 좌투수 공을 더 잘 쳤다. 묵직한 공이 들어왔지만 조금 높았다. 운이 좋았다. 그래도 오른쪽 담장을 넘긴 것은 자부심이 있다. 당시에는 밀어서 담장을 넘기는 장면이 많지 않았다. 손목 힘은 인정받았다. 4번 타자니까 일발 장타를 기대받았고, 욕심을 내봤다." - 이 홈런은 이만수, 백인천에 이어 역대 3호였다. 최초 홈런 욕심은 없었나. "그때는 기록의 중요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프로 야구가 출범했지만, 실업 야구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했다. 실업 야구 때도 많은 관중 앞에서 항상 축제처럼 경기를 치렀다. 평균 기록, 누적 기록이 갖는 의미는 나중에야 알았다." - 이 경기는 역사에 남았다. 유 감독이 없었다면 나오지 않았을 드라마다. "이종도 선배가 영웅이 된 건 내 도움이다. 나는 역적이 전락했고. (웃음)" - 유 감독은 10회 말 1사 2·3루 볼카운트 3볼에서 투수 앞 땅볼을 쳤더라. "이선희 선배가 나를 (볼넷으로) 거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4구째 공이 포수 머리 높이로 오더라. 내 몸은 자동으로 움직였다. 투수 키를 넘길 수 있었는데 글러브에 잡혔다. 3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됐다. 백인천 감독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더라." - 덕분에 이종도에게 타석이 이어졌다. "삼성은 그 경기에서 홈런까지 친 백인천 감독을 당연히 고의4구로 걸렀다. 만약 내가 볼넷으로 출루했다면 이종도 선배까지 타석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백 감독이 해결했겠지. 이런 상황에서 기가 막힌 홈런이 나왔다. 내가 없었으면 스토리 연결이 안 되는 경기였다. 나는 경기 뒤에 한숨만 나왔다." - 원년 기억을 조금 더 떠올려보자. 가장 인상적이었던 선수를 꼽는다면. "OB 투수 박철순의 공이 정말 좋았다. 원년에 22연승을 거둔 투수 아닌가. 미국 유학파였고 그가 던지던 너클볼은 정말 치기 어려웠다. 빠른 공 체감 구속은 시속 145㎞ 정도. 이후 최동원, 선동열이 프로 무대에 진입했다. 원년 최고 투수는 박철순이었다." - 배터리 호흡을 맞춘 투수(MBC 청룡 소속) 중에 꼽는다면. "원년 개막전 승리 투수가 된 좌완 유종겸이다. 동기고 호흡이 잘 맞았다. 원년 얘기는 아니지만, 유종겸이 장효조에게 매우 강했던 기억이 난다. 장효조가 누구인가. 한국 야구 통산 타율 1위(0.331) 아닌가. 좌투수와 좌타자 대결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유독 강했다." - 원년 일상도 궁금하다. 이동과 숙박은 어땠나. "굳이 비교한다면 지금은 KTX, 당시는 시외버스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길도 안 좋은 시대였다. 이동은 피로했다. 버스는 기억에 남는다. 이동하면서 회의나 담화를 나누라고 맨 뒷자리에 원형 테이블을 설치해줬다. 항상 좋은 숙소를 쓴 것은 아니다. 품위 유지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여관에서 잘 때도 있었다. - 룸메이트는 누구였나. "정확히는 기억은 안 난다. 지금은 선배와 후배가 한방을 쓰지 않나. 원년에는 그냥 마음에 맞는 동료끼리 합의한 뒤 매니저한테 얘기했다." - MBC의 1982년을 돌아본다면. "솔직히 팀 워크가 좋은 편은 아니었다. 모래알 같았다. 좋은 선수는 있었지만, 개성이 강해서 따로 노는 편이었다. 융화되지 못하기도 했다. 6팀 중 3위였는데, 좋은 성적이라고 볼 순 없었다." - 유승안의 1982년은. "팀과 비슷했다. 정신없었다. 프로라는 환경 변화에 완벽한 적응 못 했다. 혼란기였다. 갑자기 좋은 대우를 받고, 관심을 받는 것을 잘 흡수하지 못했다." - 39년이 지난 현재, 포수 유승안은 경찰야구단 감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경찰야구단은 지난해 7월, 창단 14년 만에 해단했다) "아들들(KT 유원상, KIA 유민상)까지 야구를 시킨 사람이다. 한국 야구에 애정이 깊고, 걸어온 길에 자부심이 있다. 그가 중에서도 경찰야구단을 맡은 건 내 인생에 가장 잘한 일이다. 한국 야구 토양을 다지는 데 조금은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 향후 계획도 궁금하다. "여전히 야구 저변은 넓어져야 한다. 프로팀, KBO의 육성 정책 활성화에 기여하는 일을 하고 싶다. 프로 선수를 현역으로 경험했고, 지도자도 했다. 한국 야구 전반에 대해 진단을 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목소리를 내고 싶다." - 현재 KBO리그에서 유 감독의 눈길을 끄는 선수는 있나. "아들들은 요즘 빌빌댄다. 아무래도 경찰야구단 출신 선수들의 행보에 관심이 많이 간다. 실력이 늘어서 소속팀으로 돌아간 양의지, 허경민 등이 지금도 활약하고 있다. KT 이대은과 롯데 안치홍이 갑자기 슬럼프가 와서 안타깝다. 두산 박건우는 지금도 잘하지만,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우타자로 성장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안희수 기자 An.heesoo@joongang.co.kr 관련기사 OB 베어스 윤동균 서른넷 '노장' 원년 KS 진출…'막강 삼성' 박살냈지 원년 첫 안타, 첫 홈런 '개막전 사나이' 삼성 이만수…"최동원 때문에 타율 많이 까먹어" 2020.09.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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